Elcitra의 뉴스 바로 잡기 (1)
-----------------------------------------------------------
세계일보 "소르본大, 사르코지 개혁의 첫 표적?" by 김보은 기자
-----------------------------------------------------------
(1) 소르본대는 ‘명문대’임에도 고등학교 졸업 학력이면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다 ?
프랑스 국립대학들은 그랑제콜(Grandes Ecoels) 들을 제외하면 68혁명 이후 평준화된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바칼로레아 시험을 통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지원'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모두 원한다면 파리에 있는 대학들에 '입학'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파리에 있는 국립대학들은 지방에 있는 국립대학들보다 입학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학사과정의 경우에는 1,2,3 지망으로 지원을 하는데, 입학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생들은 파리 대학들을 지원한 1,2 지망에서 떨어져 지방의 대학들로 입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대가 '명문대'임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졸업 학력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가지고 서울대가 '명문대'임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졸업 학력이면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넌센스 아니겠습니까?
(2) 프랑스 대학에는 학교를 중퇴하는 '중퇴생' 이 많다?
200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대학교육을 받은 프랑스인 비율은 14.2%로 미국의 29.4%보다 훨씬 낮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중퇴생'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낙제생'이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국립대학들은 입학인원에 비해 졸업인원이 상당히 적습니다. 국민들의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공부 안하는 학생들에게 세금을 낭비하지 않기위해 단호히 솎아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로 1학년 혹은 1기과정(과거 DEUG, 현재 BA)에서 많은 학생들이 낙제를 합니다. 그러면 다시 이전 학년과정을 재이수해야 하고, 이것을 두번째에도 통과하지 못하면 '낙제생'이 됩니다. 그러면 제적이 되어 다른 과정이나 학교를 바꾸어 새로이 대학생활을 시작해야 합니다. 아마도 '낙제하다' 라는 불어단어인 rater 를 AP 기자가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어로 이중번역하다보니 오역이 생기는 것 같은데 프랑스 사회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배경지식이라도 있었다면 교육시스템에 대한 이런 오해는 없었을 것입니다.
(3) 소르본 대학이 좌파 전통이 뿌리깊게 남아있는 '좌파 인력 은행'이다 ?
해당 기사 중 가장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소르본대학이라고 불리우는 파리4대학은 파리 대학들중에서 우파적이고 보수적인 전통이 가장 강한 대학 중 하나입니다. 기사의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굳이 파리 대학들 중에서 '좌파 인력 은행'을 찾으라고 한다면 두말할 나위없이 프랑스 사람들은 파리 8대학을 말할 것입니다. 파리 8대학은 68혁명 이후 노동자들에게 과감히 문호를 개방한, 파리 대학들 중 가장 좌파적이고 진보적인 학문적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대학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진보적인 80년대 학번들이 파리 8대학을 선호해서 유학간 시대가 있었습니다. 또한 기자가 소르본대학을 68혁명의 근원지라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68혁명의 근원지는 낭테르대학이라고 불리는 파리 10대학을 지칭합니다. 68혁명사를 살펴보면 낭테르대학의 시위가 격화되어 학교가 폐쇄되자, 낭테르 대학의 학생들이 소르본대학으로 옮겨서 시위를 하게 되었고 그래서 그 '장소'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연세대가 1996년 한총련 시위사건의 무대가 되었다고 해서, 연세대가 한총련운동의 근원지라고 하는 것은 연세대의 정체성을 설명하기에 부적절한 표현 아닐까요?
(4) 소르본 대학에는 학생 '노조(勞組:勞動組合)'가 있다?
노조는 일반적으로 '노동조합(勞動組合)'을 줄여서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노동조합은 일반적으로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기타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소르본 대학의 학생들 중 일을 병행하는 학생들이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든 것일까요? 아니면 학생들이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노동조합을 구성한 것일까요? 아마도 AP 영어기사에서는 Union 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을까 추정되는데, 학생노조라는 표현은 프랑스 학생회 조직을 지칭하는 영어기사 표현을 이중 번역해 쓰다보니 나오게 된 오역으로 생각됩니다. 'syndicat des etudients' 이라는 프랑스 단어에서 syndicat 라는 단어를 영어로 조합 혹은 노조라는 것으로 기계적 해석을 했다고 해서 이것을 그대로 한국어에 적용해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한국어로는 '학생조합'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며, 한국적 맥락에 따라 매끄러운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면 '학생회'라는 표현이 적합할 수 있습니다. '학생노조'라는 표현은 이중 번역으로 인한 오역일 뿐만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가능한 단어의 조합이 아닙니다.
***
이상 네 가지 항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토론을 통해 이 기사가 잘못된 것인지, 제 지식이 잘못된 것인지 가려보았으면 합니다.
***
Elcitra의 뉴스 바로 잡기는
언론 매체들의 홍수 속에서 기본적인 팩트의 사실관계나 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사를 두고 담당기자와
해당 언론사들은 물론 일반 네티즌들과 활발한 토론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언론비평 블로그입니다. 해당 기사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토론과 대화를 환영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국내 언론 매체들의 책임있는 기사작성 문화가 발전하고, 언론들의 잘못된 기사들로 인해 왜곡되어온 국민들의 지식들이 일부라도 제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